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 류시화

7 분 소요

생각

마음의 안식이 되었던 책이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 인간 관계, 고통과 행복에 대해서 다양한 예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에 한 친구와 늦은 밤 회사 건물 라운지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나와 IT 서비스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말했다. “나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사람들은 기술로 인해 행복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기술은 어디까지나 도구뿐인 것 같아. 기술의 발전으로 스마트폰도 있고 카카오톡도 있고 구매한 물건이 하루만에 배송되는 쇼핑몰도 있지만 그것을 이용함으로써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행복은 결국 사람 사이의 관계로부터 오는 것 같아.” 이러한 대화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친구는 나에게 카톡 한 통을 보내왔다.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인간의 삶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한다고 생각해요. 페이스북을 자주 한다고 해서 꼭 행복하지 않잖아요. 처음에는 좋았겠죠. 옛날 친구들하고 얘기도 나눌 수 있고 내 얘기도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스트레스 받잖아요. 글 올리면 내 친구는 ‘좋아요’를 적어도 70개는 받는다던데, 나도 50개는 받고 싶은데 못 받으면 서운해지지요. 냉정하게 말해, 기업은 자기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로는 인간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봐요. 그래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일하는 과정의 즐거움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 생각과 김봉진 대표의 생각이 똑같은 것을 보고 나와 친구는 신기하다며 웃었다. 편리한 도구는 우리가 행복해지는데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돈도 마찬가지이다. 돈은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어쩌면 고리타분할 수도 있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책의 저자도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행복에 관한 여러 예화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행복하기 위해서는 돈이나 물질이 전혀 필요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얻기 쉽다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과의 치열한 정신적인 싸움 끝에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행복하기 위해서 자신의 소명을 사랑할 것,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포용할 것, 나에게 고정된 실체가 없음을 이해할 것 등 여러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말은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행복은 나의 내면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내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싶어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린다. 물론 능력을 길러서 돈을 더 많이 버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행복한 마음가짐을 굳게 다지는 일인 것 같다. 이러한 마음 가짐을 잃지 않기 위해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을 블로그에 정리해 두었다. 오늘의 기쁜 마음도 곧 사라지고 또 다시 삶이란 파도에 치이며 방황하게 될테지만, 그럴 때마다 이 곳에 다시 돌아와서 마음을 다잡았으면 좋겠다.

인상 깊었던 구절

  • 자신의 소명을 사랑하면 필시 세상도 사랑하게 된다. 그 밤에 비를 맞으면서 나는 온 영혼을 다해 소리 내어 시를 외웠다. (p.18)

  • 경험을 통해 스스로 가짜와 진짜를 알아보는 눈을 갖는 일은 어떤 조언보다 값지다.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판단력을 갖게 된 사람은 남을 의심하거나 절망하느라 삶을 낭비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p.22)

  • 삶은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p.24)

  • 우리는 영원하지 않은 문제들에 너무 쉽게 큰 힘을 부여하고, 그것과 싸우느라 삶의 아름다움에 애정을 가질 여유가 없다. (p.28)

  • 생각만큼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은 없다. (p.30)

  • 암은 자신의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님을 깨닫고 주위에서 놀랄 정도로 과거보다 더 활동적인 삶을 살아간다. 암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자 두려움과 싸우던 에너지가 생명력으로 바뀌어 스스로를 치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p.31)

  • 마음속에서 하는 말을 조심하라는 격언이 있다.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해도 자기 자신이 듣고 있기 때문이다. (p.36)

  • 그녀는 차츰 슬픔의 배경에 있는 자기 존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거짓으로 위안받는 것보다 진실 때문에 상처받는 것이 낫다는 것도 깨달았다. (p.39)

  • 모든 상처에는 목적이 있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가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우리를 치료하는지도 모른다. (p.41)

  • 영적 교사 페마 초드론은 말한다. “안전하고 확실한 것에만 투자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당신은 행성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p.47)”

  • 이 세상 누구도 슬픔과 고난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알 때 우리는 자신의 행복과 불행에 크게 동요되지 않을 수 있다. (p.52)

  •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삶의 여정에서 막힌 길은 하나의 계시이다. 길이 막히는 것은 내면에서 그 길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존재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p.59)

  •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여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스스로가 자신의 여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p.64)

  • 취미 생활이 아니라면 무슨 일이든 수도사가 되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p.68)

  • 세상은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는 대로 존재한다. 무엇을 보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보는가, 무엇을 듣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듣는가, 무엇을 느끼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느끼는가가 우리의 삶을 만들어 나간다. (p.75)

  • 행복의 기술은 불행을 포용하는 데 있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늘 행복 찾기에 실패한다. (p.78)

  • 단순한 생활과 음식이 나를 단순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단순함이 나를 나 자신에게 가까워지게 했다. (중략) 사치가 문화를 창조하기도 하지만, 소박함은 정신을 창조한다. (p.85)

  • 우리는 자신을 무조건 사랑해 줄 누군가를 갈구한다. ‘넌 불완전해. 언제까지나 불완전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넌 아름다워’라고 말해 줄 사람을. (p.91)

  • “I like me best when I’m with you.” (중략) 사랑, 이해, 공감의 공통점은 나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가슴, 그래서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는 마음이다. (p.99)

  •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그 사람이 좋아서만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 자신이 좋아지고 가장 나다워지기 때문이다. (p.101)

  • ‘나는 누구인가’를 가장 잘 말해 주는 것은 나의 주의나 주장이 아니라 내가 은연중에 행하는 행동, 혹은 혼자 있을 때 하는 행위이다. (중략)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을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사람인가? 그것이 가장 진실된 나의 모습에 가깝다. (p.102, 105)

  • 심리 치료 전문가 존 브래드쇼는 우리 안에 있는 ‘내면 아이’에 대해 말한다.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우리 안에는 성장하지 못한 내면 아이가 있어서 현재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불안한 심리를 초래한다는 이론이다. (중략) 누구나 내면에 상처 입은 아이가 있다. 아무도 안아 주지 않고 외롭게 내버려 둔 아이가. 그 아이로 인해 인간관계가 힘들어지고, 감정이 폭발하고, 삶이 헝클어진다. 브래드쇼는 이 내면 아이가 사람들이 겪는 불행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중략) 틱낫한의 말이 이어진다. “상처받은 아이를 처음 발견했을 때, 우리가 할 일은 그 아이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는 일이다. 그것이 전부이다. (p.110-114)”

  • 암에 걸린 것이 확인되는 순간 자신을 암환자와 동일시하며, 암환자로 살다가 암환자로 생을 마친다. 그것이 암에 걸리는 일보다 더 불행한 일일지도 모른다. 자신과 동일시된 그 ‘암환자’가 매 순간 펼쳐지는 존재의 다른 가능성들을 부정해 버리기 때문이다. (중략) 자아 이미지에 매어 있지 않을 때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빛날 수 있어야 한다. (중략) 대학교수나 연예인, 부자. 그것들은 주어진 역할일 뿐이지 존재 자체는 아니다. 자신의 이름 뒤에 붙는 역할에 집착하는 사람은 상대방에 대해서도 존재가 아니라 역할과 지위에만 관심을 갖는다. (중략) 사실 존재는 자신이 한 가지로 규정되는 것을 부자유하게 여긴다. 모든 사람이 자유를 원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중략) ‘나’에게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면 허무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존재의 역동성에 눈뜨게 된다. (p.117-121)

  • “그래서 저녁때 집에 오면 이 나무에 문제들을 걸어 두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아침에 다시 그 문제들을 가지고 일터로 갑니다. 그런데 아침이 되면 문제들이 밤사이 바람에 날아갔는지 많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사소한 일상의 문제들을 영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습관을 멈춰야 한다. (p.125)

  • 나는 ‘내 생각’, ‘내 마음’, ‘내 자아’라는 말을 당연하게 쓰는데, 과연 그것이 정말로 ‘내 고유의 생각’이고 ‘내 고유의 마음’이며 ‘나만의 고유한 자아’일까? 생각은 언어만큼이나 쉽게 전염된다. 마음이라는 공간 안에 담겨 있는 ‘나의 고유의 생각’들은 수많은 ‘타인의 생각’들과 혼합되어 있다. (중략) 그렇다면 붓다는 왜 ‘고유의 나’는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는 단지 세상 만물에 서로 의존하고 있을 뿐이라고 그토록 강조했을까? (p.144)

  • 마음속에 찾아오는 생각과 감정들을 적으로 여기지 말고 협력자로 만드는 것이 명상의 기술이다. 마음을 관찰하는 데 도움을 주는 협력자로. 그때 우리는 알게 된다. 나는 잠시 화가 났을 뿐이지 화가 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잠시 두려울 뿐이지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며, 잠시 슬플 뿐이지 슬픈 사람이 아니다. 본래의 나는 맑고 고요한 존재이다. (p.159)

  • 가지치기 안 된 나무가 과수원을 망가뜨리듯 정리되지 않은 관계는 인생을 고갈시키고 불만족과 고통의 원인이 된다. (중략) 관계의 가지치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중략)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가 렌착인지 진정한 애정인지 알아차려야 한다. 그 기준은 이것이다. ‘관계가 순수한 기쁨을 주는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존경이 자리하고 있는가? 자기희생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결과와 성장을 가져다주는가?’ (p.163)

  • 그 ‘만약’은 필연적이다. 세상의 어떤 것도 영원히 계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는 법칙을 제외하고는 무엇도 불변하지 않는다고 붓다도 말했다. (중략)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는 사과를 마지막 사과인 것처럼 최대한 맛있게 음미하는 일이다. (p.167)

  • 어느 명상 센터에서는 이렇게 기도한다. ‘내가 가능한 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갖기를. 만약 내가 이 순간에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가질 수 없다면 친절하기를. 만약 내가 친절할 수 없다면 판단하지 않기를. 만약 내가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면 해를 끼치지 않기를. 그리고 만약 내가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없다면 가능한 한 최소한의 해를 끼치기를.’ (p.173)

  • 스승은 말한다. ‘나무에 대해서는 사람에 대해서든 한 계절의 모습으로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나무와 사람은 모든 계절을 겪은 후에야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p.183)

  •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을 잘 모른다는 것과 동의어일 때가 많다. 누군가를 안다고 믿지만,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생각과 감정을 믿는 것이다. 또한 누군가를 좋아하고 싫어하지만, 사실은 나의 판단과 편견을 신뢰하는 것이다. (중략) 관계가 공허해지는 것은 서로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중략) 누군가를 안다는 것, 진실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자신의 편견을 깨고 그와 함께 계단 끝까지 내려가는 숙제를 안는 일이다. (p.206, 209)

  • 글이 써지지 않거나 미래가 불안할 때마다 헤밍웨이는 옥탑방 창가에 서서 파리의 지붕들을 내려다보며 자신에게 말하곤 했다. “걱정하지 마. 넌 지금까지도 늘 글을 써 왔고 앞으로도 쓸 거야. 네가 할 일은 오직 진실한 문장을 딱 한 줄만 쓰는 거야. 네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한 문장을 써 봐.” (p.222)

  • 왜 붙잡으려고 하는가? 떠나는 것은 떠나게 하고, 끝나는 것은 끝이게 하라. 결국 너의 것이라면 언젠가는 네게로 돌아올 것이니. 고통은 너를 떠나는 것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떠나 보내지 못하는 네 마음에 있다. 놓아 버려야 할 것들을 계속 붙잡고 있는 마음에. (p.244)

  • 시인 루미는 말한다. “그대가 사랑하는 것이 그대를 끌어당길 것이다. 그것을 말없이 따라가라. 그대는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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